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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울 바디 청강 정철호 (적벽가) 완창 1집

관리자 0 3,748 2018.06.17 16:49
임방울바디 【적벽가 1】                   
    창 - 정철호
고수 - 신평일

01 초입- 의형제가 도원결의 의루는데(3:26)
02 유현덕이 공명선생 찾아가는데(5:37)
03 현덕과 공명이 만나는데(7:13)
04 와룡강을 하직하고 신야로 돌아가는데(7:47)
05 조조의 수륙대병이 물밀 듯이 쫓아오는데(6:06)
06 강하로 돌아와 건벽불출 하는데(6:57)
07 한 군사의 서러운 사정을 들어보는데 (9:16)
08 또 한 군사가 설움을 말하는데(5:56)

【아니리】
천하대세天下大勢가 분구필합分久必合이요,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 주周나라 말엽末葉에 진시황秦始皇이 통일하고,
한고조漢高祖 황제 인의仁義로 통일하여 사백년四百年 지보支保터니, 헌제獻帝에 이르러 한실漢室이 쇠미衰微하여
사방四方에 난신적자亂臣賊子 구름일 듯 일어날 제, 동東은 손권孫權이요, 북은 조조曹操라. 조조 위인爲人 논지論之하면
치세지능신治世之能臣이요, 난세지간웅亂世之奸雄이라. 각설却說, 현덕玄德은 관공關公, 장비張飛로 더불어 도원결의桃園結義할 제,
오우백마烏牛白馬 피를 내어 삽혈歃血로 맹세하니, 금석金石같은 그 언약은 유아幼兒들도 아는지라.

【진양조】
(도원桃園)이 어드메뇨. 한나라 (탁현????縣)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 드니
 붉은 안개 비쳐나고, 반도화蟠桃花 흐르난 물은 아침 노을에 물들었다.
 제단祭壇을 살펴보니 금禁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烏牛白馬로 제 지낼 제,
셋이 함께 손을 잡드니 의향意向을 정돈整頓하는구나.

【아니리】
유현덕劉玄德으로 장형長兄을 하고, 관운장關雲長은 중형仲兄 되야 장익덕張翼德은 아우 되면, 몸은 비록 삼인三人이나
마음과 정신은 한 몸이라. 이렇듯 굳센 결의決意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맹세盟誓허니, 한漢 군적群賊 도탄중塗炭中에
만백성萬百姓을 구출救出하여 대업大業을 이룰진대, 구사일생九死一生, 천신만고千辛萬苦 어떠한 난관難關이 없으리오.
우리 의형제義兄弟는 동년월일同年月日 살기보다 같은 연월年月,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맹약盟約하고, 피끓는 위국정열爲國情熱
도원결의桃園結義 이루었다.

【중머리】
한말漢末이 불운不運하여 풍진風塵이 뒤끓는다. 황건적黃巾賊을 평난平亂하니 동탁董卓이 일어나고,
동탁 진陣을 평정平定하고 이곽을 평정하니, 난세간웅亂世奸雄 조아만曹阿瞞은 협천자이횡포挾天子而橫暴하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孫仲謀는 강동江東을 웅거雄據하야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자랑한다.

【 아니리】
그때에 유현덕 관․장과 결심하고 한실漢室을 회복코저 적군과 분투奮鬪하나, 장중帳中에 모사謨士 없어 주야晝夜로 한恨일러니,
뜻밖에 서서徐庶 만나 공명孔明을 천거薦擧하니, 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諸葛孔明 와룡강臥龍岡의 복룡伏龍이라.
초당草堂에 깊이 앉어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구중팔괘九重八卦, 둔갑장신遁甲藏身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긍만고지위인恆萬古之偉人이요, 초인간超人間의 재인才人이라. 이렇듯 말을 듣고, 유현덕 반기하야 예물禮物을 갖추고 와룡강을 찾어갈 제,

【진양조】
당당堂堂헌 유현주劉賢主는 신장身長은 팔척尺이요. 얼굴은 관옥冠玉같고, 손수 귀를 돌아보며,
두 손이 무릎에 지나니 뚜렷한 영웅英雄이라. 적로마的盧馬 타고 앞서시고,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爲人을 보니
신장은 구척九尺이나 되고, 봉鳳의 눈, 삼각수三角鬚, 청룡도靑龍刀를 빗겨 들고 적토마상赤免馬上에 앉았으니
운장雲長일시가 분명分明하다.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칠척七尺 오촌五寸이요,
얼굴이 검고, 제비턱, 쌍고리눈에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눈 위에다가 번뜻 들고, 세모마상細毛馬上에 뚜렷이 앉었으니
진삼국지맹장眞三國之猛將이라. 당당한 거동擧動에 세상을 모도 다 안하眼下에 내려다보니 익덕翼德일시가 분명하다.
그때는 어느 땐고 하니 건안建安 팔년 구추월이라. 와룡강을 바라보니 경개무궁景槪無窮 기이허다.
석벽부용石壁芙蓉은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장송長松은 천고절千古節 푸른빛을 띠었드라. 시문柴門에 다다라,

【아니리】
“동자童子야, 선생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선생께옵서 영주潁州에 석광원石廣元과, 박릉博陵에 최주평崔州平과,
여남汝南의 맹공위孟公威와 매일 서로 벗이 되야 강호江湖에 배 띄우고, 임간林間에 바돌 뒤러 나가신 지 오래외다.”
현덕이 이른 말이, “선생께서 오시거든 한종실 유황숙漢宗室 劉皇叔이 뵈오러 왔더이다 잊지말고 아뢰어라.” 신신申申히 부탁하고,

【중머리】
신야莘野로 돌아와서 일삭一朔이 넘은 후에 두 번 다시 찾아간다. 때는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
삭풍朔風은 늠늠凜凜하고, 백설白雪이 휘날리어 와룡강을 당도하니, 초당草堂 안에 어떤 소년
화롯불을 끼고 앉어 무릎을 치고 노래커늘, 현덕이 노래를 듣고 뜰 앞에 들어서며, “와룡선생臥龍先生 계옵시냐?”

【아니리】
그 소년 대답하되, “가형家兄이 출타出他하여 나가신 지 오래외다.” 현덕이 잠깐 쉬어 다시 오기 심정心定하고
관關․장張을 다리고 동구밖을 내려가며 시 한 수를 지었구나.

【시창】
일천풍우방현량一天風雨訪賢良타가, 불우공회의감상不遇空回意感傷을. 동합계교산석활涷合溪僑山石滑이요,
한침안마노도장寒侵鞍馬路途長을. 당두편편이화락堂頭片片梨花落이요, 박면분분유서광撲面粉粉柳絮狂이라.
회수정편요망처回首停鞭搖望處에, 난은퇴만와룡강爛銀堆滿臥龍岡을.

【아니리】
교두橋頭에 다다르니, 어떠한 백발白髮로 여호 갖옷 방한모防寒帽로 작은 나귀 몰아 타고 시 읽고 지나갈 제,
현덕이 시를 듣고 바삐 하마下馬 예禮를 하며, “선생先生이 막비와룡부莫非臥龍否아?” 노인 또한 나귀에 내려
친절히 답례答禮할 제, “와룡의 장인丈人되는 황승언黃承彦이라 하옵니다.” 현덕이 인사하며, 두 번 찾어 왔든 말을
노인다려 부탁하고 신야로 돌아온 후, 광음光陰이 여류如流하야 수삼삭數三朔이 지난지라. 삼일三日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삼고초려三顧草廬 찾어갈 제.

 【중머리】
와룡강을 당도當到하여 시문을 두다리니 동자 나오거늘, “선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초당에 춘수春睡가 깊어 주무시고 있나이다.” 현덕이 반겨 듣고,
관공, 장비를 문밖에 세워두고 완완緩緩이 들어가니, 소슬蕭瑟한 송죽성松竹聲과
청량淸亮한 풍경風磬소리 초당草堂이 한적閑寂쿠나. 계하階下에 대시待侍하여
기다리고 있을 적에, 반일半日이 넘어가도 공명이 한와閑臥하여 아무 동정動靜이 없는지라.

【단중머리】
익덕이 성질性質이 급急한지라. 고리눈 부릅뜨고, 검은 팔 뒤걷으며 고성대질왈高聲大叱曰,
“우리 가가哥哥는 한주漢主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 저만한 사람을 보랴하고 수차數次 수고受苦를 하였거늘,
요망妖妄을 피우고 누워 있어 일어나지를 아니하니, 부러 거만倨慢하여라. 소제小弟 초당에 쫓아 들어가
초당에 불을 버썩 지르면, 공명이 재주才操가 있다하니, 자나, 깨나, 죽나, 사나, 아니 나오나 동정動靜을 보아,
제 만일 죽게 되면 응당應當 나올 테니 노끈으로 결박結縛하야 신야로 돌아가사이다.” 언필言畢에 단박 쓸어 쥐고
꺼럼 우에 불을 달고 초당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달려드니, 현덕이 깜짝 놀래 익덕의 손을 잡고, “현제賢弟야, 현제야,
이런 법이 없나니라. 은왕 성탕殷王聖湯도 이윤伊尹 삼빙三聘하고, 주문왕周文王도 여상呂尙을 보랴하고
위수渭水에 왕래往來하니 삼고초려가 무엇일까?” 좋은 말로 경계警戒하여 운장은 익덕을 다리고서 문 밖에 멀리 서서 동정動靜을 기다릴 적,
 
【아니리】
동자 들어 여짜오되, “당하堂下의 유사군劉嗣君이 오신 지가 거의 반일半日이 되었나이다.”

【중머리】
공명이 거짓 놀란 체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할 제, 머리 우에 팔각八角 윤건輪巾 몸에는 학창의鶴氅衣요,
백우선白羽扇을 손에 들고 당하에 내려와, 현덕을 인도引導하야 예필禮畢 좌정坐定 후에 공명이 눈을 들어 현덕의 기상氣像을 보니,
군중유아群中唯我 거룩허고 수수粹秀하신 영웅이라. 창업지주創業之主가 분명하고, 현덕 또한 눈을 들어 공명의 기상을 보니
신장은 팔척이요, 얼굴은 관옥 같고, 미재강산정기眉在江山精氣하야, 단념청기丹念淸氣 하였으니 군자君子의 절개節槪로다.

【아니리】
현덕이 암암暗暗히 칭찬稱讚하며 공손恭遜히 앉어 여짜오되, “방금 천하가 분분粉粉하야, 수경선생水鏡先生 말씀에 서서의 천거薦擧로서
한 번 와 못 뵈옵고, 두 번 와 못 뵈어 유정에에 성명을(기록하여 동자에게) 듣자와 부탁하였는데 선생께서는 들으셨나이까?”
“장군의 위구偉軀한 위명偉名을 금일今日에야 들었으나, 장군은 어찌 옥玉을 바리시고 하나의 돌을 취하려 하시나이까?
양亮은 본래 지식知識이 천박淺薄하야 춘풍세우春風細雨 밭을 갈고, 월하月下에 풍월風月 지어 읊었으되, 그런 국가 대사國家大事를 어찌 의논議論 하오리오?”

【창조】
굳이 사양辭讓 마다하니, 현덕이 하릴없어,

진양조
서안書案을 탕탕 뚜다리며, “여보 선생 듣조시오. 천하 대세가 날로 기울어져서
조적曹賊이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를 허니, 사백년四百年 한실운漢室運이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있사온데, 선생은 청렴淸廉만 본本을 받어 세상공명世上功名을 부운浮雲으로
생각生覺을 하시니,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뉘 건지리오?” 말을 마치며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울방울 떨어지며, 가슴을 뚜다려 울음을 우니, 용龍의 음성音聲이 와룡강臥龍岡을 진동振動하니, 뉘 아니 감동感動하리.

【아니리】
이렇듯 슬피 우니, 공명이 감동하야 가기로 허락한 후, 벽상壁上을 가리키며, “이것은 형주荊州 지도요,
저것은 서천西川 사십일주四十一州라. 장군이 형주 지도를 얻고, 서천 사십일주를 얻어 기업基業을 삼으신 후,
형주병荊州兵을 일으키어 양양襄陽에 나가고, 서천병西川兵을 일으켜 기산箕山에 나가면 중원中原은 가히 회복回復 될 것이요,
중원만 회복되면 강동은 자연히 장군의 휘하麾下로 돌아오리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운무雲霧를 헤치고 일월日月을 대하는 듯하나이다.
” 운장, 장비를 불러 공명과 상면相面시킨 후에 예단禮緞을 올리고, 그날 밤 초당에 들어 사인이 유숙留宿하고, 이튿날 길을 떠날 적에 아우 균을 불러
, “내 유황숙劉皇叔의 삼고지은혜三顧之恩惠를 갚으려고 세상을 출세出世허니, 너는 송학松鶴을 잘 가꾸고 학업學業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이렇듯 부탁하고,

【중머리】
와룡강을 하직下直허고 신야新野로 돌아갈 적, 병불만천兵不滿千이요, 장불십여인將不十餘人이라.
공명이 민병民兵을 초모招募하야 스사로 팔진법八陣法 가르칠 제, 방포일성放砲一聲하고,
금고金鼓를 쿵쿵 울리며 조적曺賊과 대결對決할 제, 공명이 계교計巧를 내어 박망博望에 소둔燒屯, 백하白河 엄몰掩沒하고,
장담壯談하든 하후돈夏候惇과 승기勝氣 내던 조인曹仁 등이 기창棄槍 도주逃走 패敗한 분심憤心 수륙대병水陸大兵을 조발調發하야
남으로 짓쳐서 내려갈 제, 원망怨望이 창천漲天이요, 민심民心이 소요騷擾로구나. 현덕이 하릴없이 강하江夏로 물러갈 제,
신야, 번성樊城, 양양襄陽 백성百姓들이 현덕의 뒤를 따르니, 따라오는 제 백성을 차마 버릴 길이 바이없네. 차마 버릴 길이 바이없어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조운趙雲으로 가솔家率을 부탁付託허고, 익덕으로 백성을 이끌어 일행십리日行十里 행行할 적에,
그때 마침 황혼黃昏이라. 광풍狂風이 우루루루루루. 현덕 면전面前에 수자기帥字旗 부러져 광풍이 일어날 제, 현덕이 하릴없이
경산景山에 올라가서 사면四面을 살펴보니, 조조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기치창검旗幟槍劍은 팔병산八屛山 나뭇잎 같고,
제장諸將 앞으로 공功을 다투울 제, 문빙文聘이 말을 채쳐 들어가니, 익덕 분기憤氣 충천衝天 창을 들고 달려들어 문빙을 쳐서 물리치고,
현덕을 보호保護하야 장판교長板橋를 지내갈 제, 수십만數十萬 백성百姓 울음소리 산곡중山谷中이 아득허다.
제장은 사생死生을 모르고 앙천통곡仰天痛哭 우니, 진陣을 헤쳐서 도망逃亡을 간다.

【아니리】
한 모퉁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 아래 모여 앉어 제장 모으기를 기다릴 적,
【아니리】
천하대세天下大勢가 분구필합分久必合이요,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 주周나라 말엽末葉에 진시황秦始皇이 통일하고, 한고조漢高祖 황제 인의仁義로 통일하여 사백년四百年 지보支保터니, 헌제獻帝에 이르러 한실漢室이 쇠미衰微하여 사방四方에 난신적자亂臣賊子 구름일 듯 일어날 제, 동東은 손권孫權이요, 북은 조조曹操라. 조조 위인爲人 논지論之하면 치세지능신治世之能臣이요, 난세지간웅亂世之奸雄이라. 각설却說, 현덕玄德은 관공關公, 장비張飛로 더불어 도원결의桃園結義할 제, 오우백마烏牛白馬 피를 내어 삽혈歃血로 맹세하니, 금석金石같은 그 언약은 유아幼兒들도 아는지라.

【진양조】
도원桃園이 어드메뇨. 한나라 탁현????縣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 드니 붉은 안개 비쳐나고, 반도화蟠桃花 흐르난 물은 아침 노을에 물들었다. 제단祭壇을 살펴보니 금禁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烏牛白馬로 제 지낼 제, 셋이 함께 손을 잡드니 의향意向을 정돈整頓하는구나.

【아니리】
유현덕劉玄德으로 장형長兄을 하고, 관운장關雲長은 중형仲兄 되야 장익덕張翼德은 아우 되면, 몸은 비록 삼인三人이나 마음과 정신은 한 몸이라. 이렇듯 굳센 결의決意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맹세盟誓허니, 한漢 군적群賊 도탄중塗炭中에 만백성萬百姓을 구출救出하여 대업大業을 이룰진대, 구사일생九死一生, 천신만고千辛萬苦 어떠한 난관難關이 없으리오. 우리 의형제義兄弟는 동년월일同年月日 살기보다 같은 연월年月,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맹약盟約하고, 피끓는 위국정열爲國情熱 도원결의桃園結義 이루었다.

【중머리】
한말漢末이 불운不運하여 풍진風塵이 뒤끓는다. 황건적黃巾賊을 평난平亂하니 동탁董卓이 일어나고, 동탁 진陣을 평정平定하고 이곽을 평정하니, 난세간웅亂世奸雄 조아만曹阿瞞은 협천자이횡포挾天子而橫暴하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孫仲謀는 강동江東을 웅거雄據하야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자랑한다.
【 아니리】
그때에 유현덕 관․장과 결심하고 한실漢室을 회복코저 적군과 분투奮鬪하나, 장중帳中에 모사謨士 없어 주야晝夜로 한恨일러니, 뜻밖에 서서徐庶 만나 공명孔明을 천거薦擧하니, 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諸葛孔明 와룡강臥龍岡의 복룡伏龍이라. 초당草堂에 깊이 앉어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구중팔괘九重八卦, 둔갑장신遁甲藏身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긍만고지위인恆萬古之偉人이요, 초인간超人間의 재인才人이라. 이렇듯 말을 듣고, 유현덕 반기하야 예물禮物을 갖추고 와룡강을 찾어갈 제,

【진양조】
당당堂堂헌 유현주劉賢主는 신장身長은 팔척尺이요. 얼굴은 관옥冠玉같고, 손수 귀를 돌아보며, 두 손이 무릎에 지나니 뚜렷한 영웅英雄이라. 적로마的盧馬 타고 앞서시고,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爲人을 보니 신장은 구척九尺이나 되고, 봉鳳의 눈, 삼각수三角鬚, 청룡도靑龍刀를 빗겨 들고 적토마상赤免馬上에 앉았으니 운장雲長일시가 분명分明하다.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칠척七尺 오촌五寸이요, 얼굴이 검고, 제비턱, 쌍고리눈에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눈 위에다가 번뜻 들고, 세모마상細毛馬上에 뚜렷이 앉었으니 진삼국지맹장眞三國之猛將이라. 당당한 거동擧動에 세상을 모도 다 안하眼下에 내려다보니 익덕翼德일시가 분명하다. 그때는 어느 땐고 하니 건안建安 팔년 구추월이라. 와룡강을 바라보니 경개무궁景槪無窮 기이허다. 석벽부용石壁芙蓉은 구름 속에 잠겨 있고, 장송長松은 천고절千古節 푸른빛을 띠었드라. 시문柴門에 다다라,

【아니리】
“동자童子야, 선생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선생께옵서 영주潁州에 석광원石廣元과, 박릉博陵에 최주평崔州平과, 여남汝南의 맹공위孟公威와 매일 서로 벗이 되야 강호江湖에 배 띄우고, 임간林間에 바돌 뒤러 나가신 지 오래외다.” 현덕이 이른 말이, “선생께서 오시거든 한종실 유황숙漢宗室 劉皇叔이 뵈오러 왔더이다 잊지말고 아뢰어라.” 신신申申히 부탁하고,

【중머리】
신야莘野로 돌아와서 일삭一朔이 넘은 후에 두 번 다시 찾아간다. 때는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 삭풍朔風은 늠늠凜凜하고, 백설白雪이 휘날리어 와룡강을 당도하니, 초당草堂 안에 어떤 소년 화롯불을 끼고 앉어 무릎을 치고 노래커늘, 현덕이 노래를 듣고 뜰 앞에 들어서며, “와룡선생臥龍先生 계옵시냐?”

【아니리】
그 소년 대답하되, “가형家兄이 출타出他하여 나가신 지 오래외다.” 현덕이 잠깐 쉬어 다시 오기 심정心定하고 관關․장張을 다리고 동구밖을 내려가며 시 한 수를 지었구나.

【시창】
일천풍우방현량一天風雨訪賢良타가, 불우공회의감상不遇空回意感傷을. 동합계교산석활涷合溪僑山石滑이요, 한침안마노도장寒侵鞍馬路途長을. 당두편편이화락堂頭片片梨花落이요, 박면분분유서광撲面粉粉柳絮狂이라. 회수정편요망처回首停鞭搖望處에, 난은퇴만와룡강爛銀堆滿臥龍岡을.
【아니리】
교두橋頭에 다다르니, 어떠한 백발白髮로 여호 갖옷 방한모防寒帽로 작은 나귀 몰아 타고 시 읽고 지나갈 제, 현덕이 시를 듣고 바삐 하마下馬 예禮를 하며, “선생先生이 막비와룡부莫非臥龍否아?” 노인 또한 나귀에 내려 친절히 답례答禮할 제, “와룡의 장인丈人되는 황승언黃承彦이라 하옵니다.” 현덕이 인사하며, 두 번 찾어 왔든 말을 노인다려 부탁하고 신야로 돌아온 후, 광음光陰이 여류如流하야 수삼삭數三朔이 지난지라. 삼일三日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삼고초려三顧草廬 찾어갈 제.

 【중머리】
와룡강을 당도當到하여 시문을 두다리니 동자 나오거늘, “선
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 “초당에 춘수春睡가 깊어 주무시고 있나이다.” 현덕이 반겨 듣고, 관공, 장비를 문밖에 세워두고 완완緩緩이 들어가니, 소슬蕭瑟한 송죽성松竹聲과 청량淸亮한 풍경風磬소리 초당草堂이 한적閑寂쿠나. 계하階下에 대시待侍하여 기다리고 있을 적에, 반일半日이 넘어가도 공명이 한와閑臥하여 아무 동정動靜이 없는지라.

【단중머리】
익덕이 성질性質이 급急한지라. 고리눈 부릅뜨고, 검은 팔 뒤걷으며 고성대질왈高聲大叱曰, “우리 가가哥哥는 한주漢主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 저만한 사람을 보랴하고 수차數次 수고受苦를 하였거늘, 요망妖妄을 피우고 누워 있어 일어나지를 아니하니, 부러 거만倨慢하여라. 소제小弟 초당에 쫓아 들어가 초당에 불을 버썩 지르면, 공명이 재주才操가 있다하니, 자나, 깨나, 죽나, 사나, 아니 나오나 동정動靜을 보아, 제 만일 죽게 되면 응당應當 나올 테니 노끈으로 결박結縛하야 신야로 돌아가사이다.” 언필言畢에 단박 쓸어 쥐고 꺼럼 우에 불을 달고 초당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달려드니, 현덕이 깜짝 놀래 익덕의 손을 잡고, “현제賢弟야, 현제야, 이런 법이 없나니라. 은왕 성탕殷王聖湯도 이윤伊尹 삼빙三聘하고, 주문왕周文王도 여상呂尙을 보랴하고 위수渭水에 왕래往來하니 삼고초려가 무엇일까?” 좋은 말로 경계警戒하여 운장은 익덕을 다리고서 문 밖에 멀리 서서 동정動靜을 기다릴 적,
 
【아니리】
동자 들어 여짜오되, “당하堂下의 유사군劉嗣君이 오신 지가 거의 반일半日이 되었나이다.”

【중머리】
공명이 거짓 놀란 체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할 제, 머리 우에 팔각八角 윤건輪巾 몸에는 학창의鶴氅衣요, 백우선白羽扇을 손에 들고 당하에 내려와, 현덕을 인도引導하야 예필禮畢 좌정坐定 후에 공명이 눈을 들어 현덕의 기상氣像을 보니, 군중유아群中唯我 거룩허고 수수粹秀하신 영웅이라. 창업지주創業之主가 분명하고, 현덕 또한 눈을 들어 공명의 기상을 보니 신장은 팔척이요, 얼굴은 관옥 같고, 미재강산정기眉在江山精氣하야, 단념청기丹念淸氣 하였으니 군자君子의 절개節槪로다.

【아니리】
현덕이 암암暗暗히 칭찬稱讚하며 공손恭遜히 앉어 여짜오되, “방금 천하가 분분粉粉하야, 수경선생水鏡先生 말씀에 서서의 천거薦擧로서 한 번 와 못 뵈옵고, 두 번 와 못 뵈어 유정에에 성명을(기록하여 동자에게) 듣자와 부탁하였는데 선생께서는 들으셨나이까?” “장군의 위구偉軀한 위명偉名을 금일今日에야 들었으나, 장군은 어찌 옥玉을 바리시고 하나의 돌을 취하려 하시나이까? 양亮은 본래 지식知識이 천박淺薄하야 춘풍세우春風細雨 밭을 갈고, 월하月下에 풍월風月 지어 읊었으되, 그런 국가 대사國家大事를 어찌 의논議論 하오리오?”

【창조】
굳이 사양辭讓 마다하니, 현덕이 하릴없어,

(진양조)
서안書案을 탕탕 뚜다리며, “여보 선생 듣조시오. 천하 대세가 날로 기울어져서
조적曹賊이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를 허니,사백년四百年 한실운漢室運이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있사온데, 선생은 청렴淸廉만 본本을 받어 세상공명世上功名을
부운浮雲으로 생각生覺을 하시니,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뉘 건지리오?
” 말을 마치며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울방울 떨어지며, 가슴을 뚜다려 울음을 우니,

용龍의 음성音聲이 와룡강臥龍岡을 진동振動하니, 뉘 아니 감동感動하리.

【아니리】
이렇듯 슬피 우니, 공명이 감동하야 가기로 허락한 후, 벽상壁上을 가리키며, “이것은 형주荊州 지도요,
저것은 서천西川 사십일주四十一州라. 장군이 형주 지도를 얻고, 서천 사십일주를 얻어 기업基業을 삼으신 후,
형주병荊州兵을 일으키어 양양襄陽에 나가고, 서천병西川兵을 일으켜 기산箕山에 나가면 중원中原은 가히 회복回復 될 것이요,
중원만 회복되면 강동은 자연히 장군의 휘하麾下로 돌아오리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운무雲霧를 헤치고 일월日月을 대하는 듯하나이다.”
운장, 장비를 불러 공명과 상면相面시킨 후에 예단禮緞을 올리고, 그날 밤 초당에 들어 사인이 유숙留宿하고, 이튿날 길을 떠날 적에
아우 균을 불러, “내 유황숙劉皇叔의 삼고지은혜三顧之恩惠를 갚으려고 세상을 출세出世허니,
너는 송학松鶴을 잘 가꾸고 학업學業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이렇듯 부탁하고,

【중머리】
와룡강을 하직下直허고 신야新野로 돌아갈 적, 병불만천兵不滿千이요, 장불십여인將不十餘人이라.
공명이 민병民兵을 초모招募하야 스사로 팔진법八陣法 가르칠 제, 방포일성放砲一聲하고, 금고金鼓를 쿵쿵 울리며
조적曺賊과 대결對決할 제, 공명이 계교計巧를 내어 박망博望에 소둔燒屯, 백하白河 엄몰掩沒하고,
장담壯談하든 하후돈夏候惇과 승기勝氣 내던 조인曹仁 등이 기창棄槍 도주逃走 패敗한 분심憤心
수륙대병水陸大兵을 조발調發하야 남으로 짓쳐서 내려갈 제, 원망怨望이 창천漲天이요, 민심民心이 소요騷擾로구나.
현덕이 하릴없이 강하江夏로 물러갈 제, 신야, 번성樊城, 양양襄陽 백성百姓들이 현덕의 뒤를 따르니, 따라오는 제 백성을
차마 버릴 길이 바이없네. 차마 버릴 길이 바이없어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조운趙雲으로 가솔家率을 부탁付託허고,
익덕으로 백성을 이끌어 일행십리日行十里 행行할 적에, 그때 마침 황혼黃昏이라. 광풍狂風이 우루루루루루.
현덕 면전面前에 수자기帥字旗 부러져 광풍이 일어날 제, 현덕이 하릴없이 경산景山에 올라가서 사면四面을 살펴보니,
조조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기치창검旗幟槍劍은 팔병산八屛山 나뭇잎 같고, 제장諸將 앞으로 공功을 다투울 제,
문빙文聘이 말을 채쳐 들어가니, 익덕 분기憤氣 충천衝天 창을 들고 달려들어 문빙을 쳐서 물리치고,
현덕을 보호保護하야 장판교長板橋를 지내갈 제, 수십만數十萬 백성百姓 울음소리 산곡중山谷中이 아득허다.
제장은 사생死生을 모르고 앙천통곡仰天痛哭 우니, 진陣을 헤쳐서 도망逃亡을 간다.

【아니리】
한 모퉁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 아래 모여 앉어 제장 모으기를 기다릴 적,

(중머리)
그때에 조운趙雲이 공자公子 선禪과 양부인兩婦人을 함께 잃고, 일편단심一片丹心 먹은 마음 분憤함이 추상秋霜이라.
위진魏陣을 바라보니, 번창휘마繁槍揮馬 가는 거동擧動 만리창천萬里蒼天 구름 속에 편진翩進하는 용의 모양.
구십춘광九十春光 새벽 밤에 빠르기는 유성流星 같고, 단산맹호丹山猛虎 기상氣像이라. 춘풍春風같이 지나가며
한 곳을 바라보니, 흩어진 남녀 백성 서로 잡고 울음을 우니, 조운이 크게 외쳐, “이 얘, 남녀 백성들아, 너의 총중叢中 가는 중에
미부인糜夫人을 보았느냐?” 저 백성 이른 말이, “어떠하신 부인인지 저 편 빈 집안에 아기 안고 울드이다.” 조운이 말을 채쳐 들어가서
사면을 살펴보니, 과연 부인이 공자 안고 우편에 창을 맞고, 좌편 팔에 살을 맞고, 일신운동一身運動을 못하고서 슬피 앉아서 울음 울 제.

【아니리】
조운이 말에 내려 복지伏地하여 여짜오되, “부인의 고생함은 소장小將의 불충지심不忠之心이라 죄사불석罪死不惜이오나,
추병追兵이 급하오니, 부인은 상마서행上馬徐行 하옵시면 소장이 보호하야 뒤를 끊고 가오리다.” 부인이 이른 말씀,
“장군이 어찌 갈성탄력竭誠彈力으로 두 목숨을 건지리까? 한나라 제실지체帝室之體 골육骨肉이 이뿐이니,
이 아이를 부자상봉父子相逢케 함은 장군의 장중掌中에 있는가 하나이다.” 말을 마친 후에, 그때의 미부인은 공자를 부탁하고,

【창조】
우물에 뛰어 자사自死허니, 조운이 하릴없어 공자 일신 보존하여 갑옷으로 장신藏身허고,

【자진머리】
마상馬上에 선뜻 올라 채를 쳐서 도망헌다. 조조 제장 군졸들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앞으로 마연馬延, 장의張顗, 뒤를 좇아 장남張南, 앞을 막고 뒤를 치니 조운 일시함정一時陷穽이라.
 청공검靑釭劍 빼어 들고, 동에 가 번뜻 서장西將을 뎅그렁, 남장南將을 얼러서 북장北將을 선뜻
이리저리 쫓아가니, 토항土沆중에 뚝 떨어져 거의 죽게 되었으니, 장합張郃이 겁을 내어 달아나고,
조운이 말을 놓아 행운유수行雲流水로 달아날 제, 장판교상長坂橋上 바라보니 일등대장 먹장 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운은 속래速來하라. 오는 추병追兵은 내 막으마
.” 조운이 말을 놓아 장판교를 바라보니, 인피마곤人疲馬困 하야,

【아니리】
기사지경幾死之境이 되었던가 보드라. 한 모퉁이를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 아래 쉬었거날, 복지伏地하야 여짜오되,
 “감부인을 호송하고 미부인을 모셔올까 바랬드니, 공자를 부탁하고 입정入井의 사死하시기로, 담을 헐어 시신 묻고
공자 일신 보존하와 근근僅僅이 살아 왔나이다.” 이렇듯이 서로 위로할 제, 그때에 장익덕은 장판교 마상馬上에 높이 앉어
조적曹賊을 대적對敵할 제,

【엇머리】
위진魏陣을 바라보니 조조의 수륙대병水陸大兵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진두塵頭는 편야遍野허고,
함성喊聲은 통창通敞이라. 장판교상 바라보니, 일원一員 대장 먹장 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진을 한 번 일컬으며, “일원一員 연인燕人 장익덕은 이곳에 머무른다.” 한 번을 호통허니
천지가 와그르르르르르 무너져서 벽해碧海가 뒤덮는 듯. 두 번을 고함치니 땅이 툭 꺼지는 듯.
세 번을 호통허니 십이 간十二間 장판교가 중둥이 절컥 부러져서 흐르난 물이 위로 출렁.
나는 새도 떨어지고, 조군이 황황遑遑허여 하후걸夏候傑 낙마落馬하고, 조진曹陣이 쟁을 쳐서
퇴병退兵하야 물러나니, 익덕은 익덕이라.

【아니리】
강하江夏로 돌아와 견벽불출堅壁不出할 제, 강동의 손권, 주유朱瑜 공명의 높은 이름을 듣고, 노숙魯肅을 보내어
좋은 말로 의논컨대, 공명의 높은 지혜 거짓 속는 체하고 현주전賢主前 하직하니, 현덕이 대경탄왈大驚歎曰,
“분분紛紛한 천하득실天下得失 선생만 믿사온데 출타국出他國이 웬 말이오? 심량처분深量處分 하옵소서.
” 공명이 다시 여짜오되, “이때를 헤아리니, 오왕 손권吳王孫權하고 위견조조魏見曹操하니 한실漢室이 미약이라.
신이 이때를 타고 오나라를 들어가 손권, 주유를 격동激動하여 조조와 한판 싸움을 붙인 후에, 신은 도주이환逃走而還하야
 중도이기中途而起를 하오면, 오위吳魏 양국兩國 형세를 아무 염려치 마시고, 음陰 동짓달 이십일 자룡에게 일엽선一葉船을 주어
남병산하南屛山下 오강吳江어귀로 보내소서. 만일 때를 어기시면 신을 다시 대면對面치 못하리다.”

【중머리】
하직코 물러나와 오나라를 들어갈 제, 머리 우에 팔각 윤건, 몸에는 학창의로다.
백우선白羽扇을 손에 들고 일엽편주一葉片舟 빨리 저어 강동을 당도하여
관역館驛 안헐安歇할 제, 공명이 눈을 들어 좌우를 살펴보니, 아관박대 장소 등
십여 인十餘人 일좌一座로 늘어앉어 설전군유舌戰群儒가 분분할 제, 한두 말로 물리치니
공명의 높은 언재言才를 그 뉘라서 당할쏘냐? 좌상座上이 분분할 제 한 장수 나오는데,
황금 갑옷에 황금 투구, 장창대검長槍大劍을 손에다 들고 좌상에 우뚝 서서 큰소리로 여짜오되,
“방금 천하가 분분하야 적서敵書를 전하거든 좋은 의논을 아니하고, 공연空然한 말로 시비是非하여
 손님을 이리 괴롭히니 그게 무슨 도리道理요?” 좌중재인座中在人이 무색無色하야 머리를 숙이고 흩어진다.
그때에 조조난 선간일진先看日辰하고 차간수진次看水陣하여, 천여 척千餘隻 전선戰船 위에 연환連環을 기旣 무어
강상육지江上陸地를 삼아 두고, 만군중萬軍中을 모두 모아 소도 잡고, 돝도 잡고, 떡도 치고, 술도 받아 만군중萬軍中이
호궤犒饋를 취醉케 먹고 노닐 적에, 조조 채를 들어 사면四面을 바라보니, “서西를 보니 번성樊城이요,
북北을 보니 오림烏林이로구나. 사면이 광활廣闊하니, 이게, 모두 천운天運이로구나.” 뭇 군사 이 말을 듣고 회심回心 걱정을 허는구나.

【진양조】
만진滿陣 장졸들이 주육酒肉을 쟁식爭食허고,

【중머리】
노래 불러 춤 춘 군사, 설움 겨워 곡哭한 군사, 이야기로 흐흐 하하 웃는 군사,
투전鬪牋을 하다가 돈을 많이 잃고 개평을 달라고 다투는 군사, 잠에 지쳐 서서 자다
창끝에로 턱 괸 군사, 처처만한處處萬恨 군병중軍兵中에 병루즉장위불행兵淚卽將爲不幸이라.
장하帳下의 한 군사 전립戰笠 벗어 뚜루루루루루루루루 말아 베고 누워 봇물 터진 듯이 울음을 운다.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쩌를 헐까. 어느 때나 고향을 가서 그립던 자식을 만나 볼까.”

【아니리】
이렇듯 설리 우니 한 군사 내달으며, “아나 얘야, 승상丞相은 대군을 거느리고 천리전장千里戰場에 나와
대승사大勝事를 바라는디, 방정맞게 울음을 왜 우느냐?”

【창조】
저 군사 연連하여 말을 허되, “말인즉 네 말이 옳은 말이다마는 나의 서러운 사정을 들어봐라.”

【진양조】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배별拜別헌 지가 몇 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여 생아生我허고,
모혜母兮여 육아育我허니, 욕보기덕택欲報其德澤)인댄 호천망극昊天罔極이로구나.
 화목和睦허던 절내권당節內眷黨, 규중閨中의 홍안紅顔유부幼婦, 천리전장 나를 보내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기다리고 바랬더니마는,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는 기울어지고,
출문망出門望이 몇 번이며, 소중랑蘇中郞의 홍안거래鴻雁去來 편지를 뉘 전하며,
상사곡相思曲 단장회斷腸懷는 주야晝夜 수심愁心이 맺혔도다. 조총鳥銃 환도環刀를
들어 메고 육전수전陸戰水戰을 섞어 할 제 생사生死가 조석朝夕이로구나. 만일에 객사客死를 당헐진대,
게 뉘라 엄토掩土를 하며, 백골白骨 안장安葬이 희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려주며,
후여 쳐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십이시一日思親十二時로구나.”

【아니리】
한 군사 썩 나서며, “너의 설움을 들어보니 부모 성효지심誠孝之心이 기특奇特허여 울만한 설움이다마는, 또 내 서러움을 좀 들어봐라.”

【중중머리】
“여봐라 군사들아, 이 내 설움을 들어라. 나는 남애男兒 오대독신五代獨身으로 열일곱에 장가들어,
사십이 장근將近토록 슬하膝下에 일점혈육一點血肉 없어 매일 부부 한탄恨歎터니,
명산대찰名山大刹, 영신당靈神堂과 고묘총사古廟叢祠, 석왕사釋王寺며, 석불미륵石佛彌勒 계신 곳에
노구老軀맞이, 집짓기, 칠성불공七星佛供, 가사시주袈裟施主, 다리 놔서 길 닦기며, 집에 들어 있는 날도
 성주城主, 조왕竈王, 당산堂山, 천룡天龍, 육천기도六天祈禱를 다 드려, 지극 정성 드리니 공功 든 탑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가 꺾어지랴. 하루는 우리집 마누라가 십삭十朔 태기胎氣를 배설할 제,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허고,
할부정 불식割不正不食허고, 이불청음성耳不廳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하야, 십삭十朔이 점점 찬 연후에,
하루는 해복解腹 기미가 있든가 보더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순산順産으로 낳아 놓으니,
 딸이라도 반가울 적 아들을 낳았구나. 얼굴은 관옥冠玉이요, 풍채風采는 두목지杜牧之라. 깨목 불알, 고초 자지가
대랑대랑 달려, 열 손에다가 떠받들어 땅에 뉘일 날이 전혀 없이, 오줌, 똥을 다 가려, 삼칠일三七日이 지낸 후
오륙삭五六朔 넘어가니, 터덕터덕 어허 노는 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얌쥐얌, 잘깡잘깡, 선마둥둥 내 아들.
옷고름에 큰 돈을 채워, 감을 싸서 꺼풀 벗겨 손에 쥐여 빨리면서, 주야晝夜 사랑 애중愛重한 것 자식밖에 또 있느냐?
난시亂時를 당하여서 사당문祠堂門을 열어놓고 통곡재배痛哭再拜 하직下直한 후, 간간한 어린 자식 안고 누워 등을 치며,
‘여보시오, 마누라. 부디 이것이 실하거든 나의 후사後嗣를 전하여 주오.’ 생이별生離別을 하직허고 전장에 나왔으나,
 언제나 내가 고향을 가서 그립던 자식을 품안에 안고, ‘아가, 응아’ 얼러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일이야.”

아니리
이렇닷 설리 우니, 한 군사 썩 나앉으며, “아나, 얘야. 네 설움을 들어보니, 너는 죽어도 네 후사後嗣는 지켜줄 사람이 있구나.
 네 설움은 진정허고 또 내 설움을 좀 들어 보아라.”

【중머리】
“부모 일찍 조사早死허고 일가친척一家親戚 바이없어,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이성지합二姓之合의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行實도 조촐하야,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과
인리隣里여 화목을 하고, 가장공경家長恭敬 치산범절治産凡節 세상에 짝이 없이, 종가대사宗家大事,
탁신헌정託身獻情 일시一時 떠날 날이 바이없어 돌아앉아도 화가 나고, 철 가는 줄 모를 적에, 뜻밖에 급한 난리,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천아성天鵝聲 띠띠 부는 소리 족불리지足不籬地 나를 끌어내니 아니 갈 수 없든구나.
 군복 입고 전립戰笠을 쓰고, 창대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드니마는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 달려들어, ‘
날 죽이고 가오.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는 못가리라. 이팔청춘二八靑春 젋은 나를 나 혼자만 여기다 두고 전장戰場을 가랴시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겠느냐? 우리 마누라를 달래랼 제, ‘허허, 마누라, 어허, 우지 마오. 장부丈夫가 세상에 태어났다
전장 출입을 못하면은 장부 절개丈夫節槪가 아니 된다 허오. 우리 마누라 우지 마오.’ 달래도 아니 듣고, 화火를 내도 아니 듣는구나.
잡았던 손길을 에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살아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東西南北으로 수직守直을 허니,
함정陷穽에 든 범虎이 되고, 그물에 걸린 내가 고기로구나. 고향을 바라보니 구름만 담담淡淡허고,
아득 정신 기氣가 맥혀 후유 한숨 길게 쉬며, 언제나 내가 고향을 돌아가서, 그립던 마누라 손목을 덥석 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내가 허드란 말이냐? 아이고.” 울음을 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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