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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국립무형유산원 제작.무형문화재 전승자 콘텐츠 보존 영상 기록물 제작 임방울류 정철호제

관리자 0 1,729 2018.06.03 01:16
* 2014년 9월 무형문화재 전승자 콘텐츠 보존 영상 기록물 제작
  임방울류  정철호제 <적벽가>· 완창, 녹음
*제작 : 국립무형유산원
 
소리: 정철호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고수: 박정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전수조교

【적  벽  가】

<아니리>
천하대세가 분구필합(分久必合)이요.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 주나라 말엽에 진시황이 통일하고 한고조 황제 인의(仁義)로 통일하여 사백년 지보(支保)터니 현재 이르러 한실(漢室)이 쇠미하여 사방에 난신적자 구름일 듯 일어날제, 동은 손권이요. 북은 조조라. 조조 위인 논지하면 치세지 능신(治世之 能臣)이요. 난세지 간웅(亂世之 奸雄)이라 각설 현덕은 관공, 장비로 더불어 도원결의(桃園結義)할제 오우백마(烏牛白馬) 피를 내여 삼혈로 맹세하니 금석같은 그 언약은 유 아들도 아는지라.

<진양조>
도원이 어드메뇨. 한나라 탁현이라. 누상촌(樓桑村) 봄이드니 붉은안개 비쳐나고 반도하 흐르난 물은 아침노을 물들었다. 제단을 살펴보니, 금줄을 둘러치고 오우백마로 제 지낼제 셋이 함께 손을 잡드니 의향을 정돈하는구나.

<아니리>
유현덕으로 장형(長兄)을 하고 관운장은 중형(仲兄) 되야 장익덕은 아우되면, 몸은 비록 삼인이나 마음과 정신은 한 몸이라. 이렇다 굳센 결의를 천지신령께 맹세허니 한군적 도탄중에 만백성을 구출하여 대업을 이룰진대, 구사일생, 천신만고 어떠한 난관이 없으리요. 우리 의형제는 동년 월일 살기보다 같은 년월, 한날 한시에 죽기로 맹약하고 피끓는 위국(衛國)정열 도원결의 이루었다.

<중머리>
한 말(漢末)이 불운하여 풍진(風塵)이 뒤 끓는다. 황건적을 평난하니 동탁이 일어나고 동탁 진을 평정하니, 이간 평정하니, 난세간웅 조아만은 협천자(挾天子) 횡포하고, 벽안자염(碧眼紫髥) 손중모는 강동을 웅거하야 부국강병을 자랑한다.
   
      <아니리>
그때에 유현덕 관장과 결심하고 한실(漢室)을 회복코저 적군과 분투하나, 장중에 모사(謀士)없어 주야로 한일러니 뜻밖에 서서 만나 공명을 천거(薦擧)하니, 전무후무 제갈공명 와룡강의 복룡이라. 초당에 깊이 앉어 상통천문, 하탈지리, 구중팔괴, 둔갑장신 흉중에 품었으니, 극 만고지위인이요. 초 인간의 재인(才人)이라. 이렇듯 말을 듣고 유현덕 반기하야 예물을 갖추고 와룡강을 찾어갈제

<진양조>
당당헌 유현주는 신장은 팔척이요. 얼굴은 관옥(冠玉)같고 손 주위 돌아 보면 두손이 무릎에 지니 뚜렷한 영웅이라. 적로마(的盧馬)타고 앞서시고 그 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구척이나 되고 봉(鳳)의 눈, 삼각수(三角鬚) 청룡도를 비껴들고 적토마상(赤免馬上)에 앉았으니
운장일시가 분명하다. 그뒤에 또 한 사람의 위인을 보니 신장은 칠척 오촌이요. 얼굴이 검고 제비턱, 쌍고리눈에 사모장창(蛇矛長槍)을 눈 위에다가 번뜻 들고, 세모마상에 뚜렷이 앉었으니 진 삼국지 맹장이라. 당당한 거동에 세상을 모도다 안하(眼下)에 내려다 보니 익덕일시가 분명하다. 그때는 어느 땐고 하니 건원 팔년 구추월이라 와룡강을 바라보니 경개 무궁 기이허다. 적벽무형 구름속에 잠겨 있고 장송은 천고절 푸른빛을 띄었드라. 시문에 다다르어

<아니리>
“동자야 선생 계옵시냐?”동자 여짜오되“선생께옵서 영주에 석광원과, 방능에 최주평과, 여남의 맹공위와, 매일 서로 벗이되야 강호에 배띄우고 임간에 바돌 뒤러 나가신지 오래외다.” 현덕이 이른 말이“선생께서 오시거든 한종실 유황숙(漢宗室 劉皇叔)이 뵈오러 왔더이다, 잊지말고 아뢰어라.” 신신이 부탁하고

<중머리>
신야(莘野)로 돌아와서 일삭(一朔)이 넘은 후에 두 번 다시 찾아간다. 때는 엄동설한이라. 삭풍은 늠늠하고 백설이 휘날리여 와룡강을 당도하니, 초당(草堂)안에 어떤 소년 화로불을 끼고 앉어 무릎을 치고 노래커늘, 현덕이 노래를 듣고 뜰앞에 들어서며,“와룡선생 계옵시냐?”
<아니리>
그 소년 대답하되,“가형이 출타하여 나가신지 오래외다.”현덕이 잠간 쉬여 다시 오기 심정하고 관장을 다리고 동구밖을 내려가며 시 한수를 지었구나.

<시창>
일천풍우 방현량 타가, 불우공회의 감상, 동합계교 산석활이요. 한침 안마 노도장을 당두 편편 이화락이요. 박면분분 유서광이라. 회수정편 요망처에, 난언퇴만 와룡강 와룡강을

<아니리>
교두에 다다르니, 어떠한 백발로 여오감으 방한모로 저는 나귀 몰아타고 시 읽고 지나갈 제 현덕이 시를 듣고 바삐 하마 예를 하며 선생은 바삐 와룡 도하 노인 또한 나귀에 내려 친절히 답례할 제, “와룡의 장인되는 황승언이라 하옵니다.” 현덕이 인사하며, 두 번 찾어 왔든 말을 노인다려 부탁하고 신야로 돌아온 후, 방연이 여루하야 수삼삭이 지낸지라. 삼일 목욕재계하고 삼고초려(三顧草廬) 찾어갈 제.

<중머리>
와룡강을 당도하여 시문을 두다리니 동자 나오거늘,“선생님 계옵시냐?” 동자 여짜오되,“초당에 춘수(春睡)가 깊어 주무시고 있나이다.”현덕이 반겨 듣고 관공, 장비를 문밖에 세워두고 왕왕이 들어가니 소슬한 송죽성과 청렴한 풍경소리 초당이 한적쿠나, 계하(階下)에 대시하여 기다리고 있을 적에 반일(半日)이 넘어가도 공명히 한가하여 아무 동정이 없는지라.

<단중머리>
익덕이 성질이 급한지라. 고리눈 부릅 뜨고 검은 팔 뒤걷으며 고성대질왈(高聲大叱曰)“우리가가(呵呵)는 한주 금지옥엽이라. 저만한 사람을 보랴하고, 수차 수고를 하였거늘, 요망을 피우고 누워있어 일어나지를 아니하니 부러 거만하여라. 손재 초당에 쫓아 들어가 초당에 불을 버썩 지르면 공명이 재주가 있다하니 자나 꺠나, 죽나 사나, 아니나오나 동정을 보아 제 만일 죽게 되면 응당 나올테니 노끈으로 결박하야 신야로 돌아가사이다. 엄불에 다박 쓰러지고 꺼럼우에 불을 달고 초당 앞으로 우루루-----달려드니 현덕이 깜짝놀래 익덕의 손을 잡고 “현제(賢弟)야 현제야 이런 법이 없나니라. 온왕 성 탕(湯)도 이윤(伊尹) 삼빙하고, 주문왕도 여상(呂尙)을 보랴하고 위수에 왕래하니 삼고초려가 무엇일까.” 좋은말로 전겨하여 운장은 익덕을 다리고서 문 밖에 멀리 서서 동정을 기다릴 적,

<창조>
초당에 춘수족(春睡足)허니 창외(窓外)에 일지지(日遲遲)라.
대몽(大夢)은 수선각(誰先覺)고,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아니리>
동자들어 여짜오되. 당하의 유사부인 오신 지가 거의 반일이 되었나이다.”

<중머리>
공명이 거짓 놀란체하고 의관을 정제할제, 머리우에 팔각 윤건(輪巾) 몸에는 학창의(鶴氅衣)요. 백운선(白雲扇)을 손에 들고 당하에 내려와, 현덕을 인도하야 예필(禮畢) 좌정(坐定)후에 공명이 눈을 들어 현덕의 기상을 보니 군중유아 거루허고 수수하신 영웅이라. 창업지주가 분명하고, 현덕 또한 눈을 들어 공명의 기상을 보니 신장은 팔척이요. 얼굴은 관옥같고 미지강산 정직하야 단년 정기 하였으니 군자의 절개로다.

<아니리>
현덕이 안함이 칭찬하며 공손히 앉어 여짜오되 “방금 천하가 분분하야 수중선생 말씀이 서서의 천거로서 한번 와 못 뵈옵고, 두 번 와 못 뵈여 유정의 성명을 듣자와 부탁하였는데 선생께서는 들으셨나이까?”“장군의 위구한 여명을 금일에야 들었으나 장군은 어찌 옥을 바래시고 하나의 돌을 취하려 하시나이까? 양은 본래 지식이 천박하야 춘풍세월 밭을 갈고 월하에 풍월지어 읊었으되 그런 국가대사를 어찌 의논 하오리요.”
<창조>
굳이 사양 마다하니 현덕이 하릴없이

<진양조>
서안(書案)을 탕탕 뚜다리며 “여보 선생 듣조시오. 천하 대세가 날로 기울어져서 조정이 협천(愶天) 제후(帝侯)를 허니, 사백년 한실(漢室) 운이 일조 일석이 있사오니 선생의 청렴한 본을 받어 세상 공명을 부운(浮雲)으로 생각을 하시니, 억조창생(億兆蒼生)을 뉘 건지리요” 말을 마치며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방울방울 떨어지며 가슴을 뚜다려 울음을 우니, 용의 음성이 와룡강(臥龍岡)을 진동하니, 뉘 아니 감동하리

<아니리>
이렇듯 슬피우니 공명이 감동하야, 가기로 허락한 후, 벽상(壁上)을 가리키며 이것은 형주지도요. 저것은 사십일주라. 장군이 형주 지도를 얻고 서천, 사십일주를 얻어 기업(基業)을 삼으신 후, 형주병을 일으키어 양양에 나가고 서천병 일으켜 기산에 나가면 중원은 가히 회복 될것이요. 중원만 회복되면 강동은 자연히 장군의 휘하로 돌아오리라.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운무(雲霧)를 헤치고 일월을 대하는 듯 하나이다. 운장, 장비를 불러 공명과 상면 시킨 후에 예단을 올리고, 그날 밤 초당에 들어 사인이 유숙하고 이튿날 길을 떠날 적에 아우 균을 불러, “내 유황숙의 삼고지 은혜를 갚으려고 세상을 출세허니, 너는 송학을 잘 가꾸고 학업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이렇다 부탁하고

<중머리>
와룡강을 하직허고 신야로 돌아갈 적 병불 만천(兵不 萬千)이요. 장불 십여인(將不 十餘人)이라 공명이 민병을 도모하야 스사로 팔진법 가르칠 제,
방포일성하고 금고를 쿵쿵 울리며 조적(曺賊)과 대결할제, 공명이 비교를 내여 박망(博望)한 소둔은 백하엄몰(白河掩沒)하고 장담하든 하후돈과 승기(勝氣)내던 조인등이 기창(棄槍) 도주(逃走) 패한 분심 수륙대병을 조발하야 남으로 지쳐서 내려갈 제, 원망이 장천이요. 민심이 소요구나. 현덕이 하릴없이 강하로 물러갈제, 신야 번등허고 양초 백성들이 현덕의 뒤를 따르니, 따라오는 제 백성을 차마 버릴 길이 바이 없네, 차마 버릴 길이 바이 없어. 이렇듯이 울음을 우니, 조운으로 가솔(家率)을 부탁허고, 익덕으로 백성을 이끌어 일향십리 행할 적에 그때 마침 황혼이라.
광풍(狂風)이 우루루---- 현덕 면전에 수자기(帥字旗) 부러져 광풍이 일어날제, 현덕이 하릴없이 경산에 올라가서 사면을 살펴보니, 조조 수륙대병이 물밀 듯이 쫓아온다. 기치 장검은 팔병산(八屛山) 나뭇잎 같고, 제장 앞으로 공을 다투울 제 문빙이 말을 제쳐 들어가서 익덕 분기(奮起) 충천(衝天) 창을 들고 달려들어 문빙을 쳐서 물리치고 현덕을 보호하야 장판교를 지내갈제, 수십만 백성 울음소리 산 백성이 아득허다. 제장은 사생을 모아 앙천통곡(仰天痛哭)우니 진을 헤쳐서 도망을 간다.

<아니리>
한모퉁이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아래 모여앉어 제장 모으기를 기다릴적,

<중머리>
그때에 조운(趙雲)이 공자 선(禪)과 양부인(兩婦人)을 함께 잃고 일편단심 먹은 마음 분함이 추상이라. 위진(魏陳)을 바라보니 번차휘마(繁車揮馬) 가는 거동 만리창천(萬里蒼天) 구름속에 편진(翩進)하는 용의 모양, 구십춘광(九十春光) 새벽 밤에 빠르기는 유성(流星)같고 단산맹호(丹山猛虎) 기상이라. 춘풍같이 지나가며 한곳을 바라보니
흩어진 남녀백성 서로 잡고 울음을 우니, 조운이 크게 외쳐 “이 얘 남녀 백성들아 너의 총중 가는 중에 미부인을 보았느냐” 저 백성 이른 말이 “어떠하신 부인인지 저 편 빈 집안에 아기 안고 울드이다” 조운이 말을 재쳐 들어가서 사면을 살펴보니, 과연 부인이 공자 안고 우편에 창을 맞고 좌편 팔에 살을 맞고 일신운동(一身運動)을 못하고서 슬피 앉아서 울음울제.

<아니리>
조운이 말에 내려 복지하여 여짜오되,“부인의 고생함은 소장의 불충지심이라 죄사불석(罪死不惜)이오나 추병(追兵)이 급하오니, 부인은 상마서행(上馬徐行) 하옵시면 소장이 보호하야 뒤를 끌고 가오리다. 부인이 이른 말씀, 장군이 어찌 갈성탄력(竭誠彈力)으로 두 목숨을 건지리까?
한나라 제실지체(帝室之體) 골육(骨肉)이 이 뿐이니, 이 아이를 부자상봉케 함은 장군의 장중(掌中)에 있는가 하나이다.” 말을 마친 후에 그때의 미부인은 공자를 부탁하고,

<창조>
우물에 뛰어 자사(自死)허니, 조운이 하릴없어 공자 일신 보존하와 갑옷으로 장식허고,

<자진머리>
마상에 선뜻 올라 채를 쳐서 도망헌다. 조조제장 군졸들이 물밀 듯이 쫓아온다. 앞으로 마연장의 뒤를 쫓아 장남 앞을 막고 뒤를 치니 조운 일진탐진이라. 청강검(靑剛劍) 뺴어 들고 동에 가 번뜻, 서장을 땡그랑, 남장을 얼러서 북장을 선뜻, 이리저리 쫓아가니, 토항(土沆)중에 뚝 떨어져 거의 죽게 되었으니, 장합이 겁을 내어 달아나고, 조운이 말을 놓아 행운유수(幸運有數)로 달아날 제 장판교상 바라보니 일등대장 먹장 얼굴 장팔사모(丈八蛇矛) 들고 “조운은 속래(速來)하라. 오는 추병은 내 막으마.” 조운이 말을 놓아 장판교를 바라보니,
인피마곤(人疲馬困) 하야.

<아니리>
기사 지경이 되었던가 보드라. 한 모퉁이를 돌아드니, 현덕의 일행이 나무아래 쉬었거날, 복지하야 여짜오되,“감부인을 호송하고 미부인을 모셔올까 바랬드니, 공자를 부탁하고 입정(入井)의 사 하시기로, 담을 헐어 시신 묻고 공자 일신 보존하와 근근이 살아 왔나이다.”이렇듯이 서로 위로할제,
그때에 장익덕은 장판교 마상에 높이 앉어 조적을 대적할 제

<엇머리>
위진을 바라보니 조조의 수륙대병이 물밀듯이 쫓아온다. 환도는 평야허고 함성은 통창이라. 장판교상 바라보니, 일원대장 먹장 얼굴, 장팔사모들고 조진을 한번 일컬으며, 일월 장익덕은 이곳에 머무른다. 한번을 호통허니 천지가 와그르르르-- 무너져서 벽해가 뒤덮는 듯, 두 번을 고함치니 땅이 툭 꺼지듯, 세 번을 호통허니 십여간 장판교가 중둥이 절컥 부러져서, 흐르난 물이 위로 출렁, 나는 새도 떨어지고, 조군이 황황허여 하후걸 낙망하고, 조간이 쟁을 쳐서 퇴병하야 물러나니, 익덕은 익덕이라.

<아니리>
강하로 돌아와 견벽불출(堅壁不出)할제, 강동의 손권. 주유, 공명의 높은 이름을 듣고, 노숙을 보내어 좋은 말로 의논컨데, 공명의 높은 지혜 거짓 속는 체하고 현주 전 하직하니, 현덕이 대경 탄 왈, “분분한 천하득실 선생만 믿사온데 출타국이 웬말이요. 심양처분(深量處分) 하옵소서.”
공명이 다시 여짜오되, “이때를 헤아리니, 오왕(吳王)손권하고 위견(魏堅)조조하니, 한실이 미약이라. 신이 이때를 타고 온 나라를 들어가 손권, 주유를 격동하여 조조와 한판 싸움을 붙인 후에, 신은 도주이환(逃走而還)하야 중도 위기를 하오면, 오위양국 형세를 아무 염려치 마시고 음 동짓달 이십일, 자룡에게 일엽선주를 주어 남병산하 오강어구로 보내소서. 만일 때를 어기시면 신은 다시 대면치 못하리다.”

<중머리>
하직코 물러나와 온나라를 들어갈제, 머리우에 팔각 윤건 몸에는 학창의로다. 백운선을 손에 들고 일엽편주(一葉片舟) 빨리 저어 강동을 당도하여 관역(館驛) 안헐(安歇)할제, 공명이 눈을 들어 좌우를 살펴보니, 아관박대 장수들이 십여인 일좌로 늘어 앉어 설전군유(舌戰群儒)가 분분할제, 한두말로 물리치니 공명의 높은 언재를 그 뉘라서 당할소냐, 좌상이 분분할제, 한 장수 나오는데, 황금 갑옷에, 황금투구, 장창 대검을 손에다 들고 좌상에 우뚝 서서 큰소리로 여짜오되, 방금 천하가 분분하야 적설을 전하거든 좋은 의논을 아니하고 공연한 말로 시기하여 손님을 이리 괴롭히니 그게 무슨 도리요. 좌중제인이 무색하야 머리를 숙이고 흩어진다.
그때에 조조난 성간일진하고 차간 수진하여 천여척 전선 위에 연환(連環)을 끼무어 강상육지(江上陸地)를 삼아두고 만 군중을 모두 모아 소도잡고, 돝도 잡고, 떡도치고, 술도 받아 만 군중의 호구를 취게 먹고 노닐 적에, 조조 채를 들어 사면을 바라보니, 서를 보니 번성(樊城)이요. 북을 보니 오림(烏林)이로구나 사면이 광활하니, “이게, 모두 천운이로구나.” 뭇 군사 이말을 듣고 회심 걱정을 허는 구나.

<진양조>
만진 장졸들이 주육(酒肉)을 쟁식(爭食)허고.

<중머리>
노래불러 춤 춘 군사, 설움겨워 곡한 군사, 이야기로 흐흐 하하 웃는 군사. 투전을 하다가 돈을 많이 잃고 계평을 달라고 다투는 군사, 잠에 지쳐 서서 자다 창끝에로 턱 낀 군사, 처처 만하 군병중에 병루즉장위불행(兵淚則將爲不幸)이라. 장하의 한 군사 철립 벗어 뚜루루---루루루루 말아베고 누워 앉어 붓물 터진 듯이 울음을 운다.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쩌를 헐까. 어느 때나 고향을 가서 그립던 자식을 만나 볼까.”

<아니리>
이렇다 설리우니 한군사 내다르며,“아나 얘야, 승상(丞相)은 대군을 거느리고 천리전장에 나와 대승사를 바라는디 방정맞게 초장에 울음을 왜 우느냐.”

<창조>
저 군사 연하여 말을 허되 말인 즉 “니 말이 옳은 말이다마는, 나의 서러운 사정을 들어봐라.”

<진양조>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배별(拜別) 헌 지가 몇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의 생아(生我)허고, 모혜의 육아(育我)허니, 욕보기 덕택(欲報之 德澤)인가. 호천 망극(昊天罔極)이로구나. 화목허던 절내권당(節內眷黨) 규중의 홍안유복, 천리전장 나를 보내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기다리고 바랬더니마는, 일락서산에 해는 기울어지고, 출문망(出門望)이 몇번이며, 소중의 홍안거래(鴻雁去來) 편지를 뉘 전하며, 상사곡 단장회(斷腸懷)는 주야수심(晝夜愁心)이 맺혔도다. 조총환도(鳥銃環刀)를 들어 메고 육전수전(陸戰水戰)을 섞어 할 제, 생사가 조석(朝夕)이로구나. 만일에 객사를 당헐 진데, 게 뉘라 엄토를 하며 백골 안장이 희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 들 뉘랴 손뼉을 뚜다려 주며, 후여 쳐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日日思親) 십이시(十二時)로구나.

<아니리>
한군사 썩 나서며 “너의 설움을 들어보니 부모 성효지심(誠孝之心)이 기특허여 울만한 설움이다마는, 또 내 서러움을 좀 들어봐라.”

<중중머리>
여봐라 군사들아, 이내 설움을 들어라. 나는 남애(男兒) 오대독신으로 열일곱에 장가들어, 사십이 근하도록 슬하에 일점 혈육없어 매일 부부 한탄터니 명산대찰, 영신당(靈神堂)과 고묘충사(古廟叢祠), 석왕사며, 석불미륵(石佛彌勒) 계신 곳에 노구막기, 집짓기, 칠성불공, 가사시주, 다리 놔서 길닦기며 집에 들어 있는 날도 성주조왕, 당사천륭, 육천기도를 다 드려 지극 정성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가 꺾어지랴. 하루는 우리집 마누라가 십삭태기를 배설할제, 석부정 부좌(席不正 不坐)허고 할부정 불식(割不正 不食)허고, 이불청음성(耳不廳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하야, 십삭(十朔)이 점점 찬 연후에 하루는 해복 기미가 있든가 보더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순산으로 낳아노니, 딸이라도 반가울 적 아들을 낳았구나. 얼굴은 관옥이요. 풍채는 두목지(杜牧之)라. 꺠목 불알 고초 자지가 대랑 대랑 달려 열손에다가 떠받들어 땅에 뉘일 날이 전혀 없이, 오줌똥을 다가려 삼칠일이 지낸 후 오륙삭 넘어가니, 터덕터덕 어허 노는 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얌쥐얌 잘강잘강, 선마둥둥 내 아들, 옷 고름에 큰돈을 채여 감을 싸서 껍풀 벗겨 손에 쥐여 빨리면서 주야 사랑 애정한 것 자식밖에 또 있느냐. 난시(亂時)를 당하여서 사당문을 열어놓고 통곡재배 하직한 후 간간한 어린자식 안고 누워 등을 치며, 여보시오 마누라 부디 이것이 실하거든, 나의 후사를 전하여주오. 생이별을 하직허고 전장에 나왔으나 언제나 내가 고향을 가서 그립던 자식을 품안에 안고 아가 응아 얼러볼꺼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일이야.

<아니리>
이렇다 설리우니
 한 군사 썩 나앉으며, “아나 얘야 네 설움을 들어보니 너는 죽어도 니후사는 지켜줄 사람이 있구나. 니 설움은 진정허고 또 내 설움을 좀 들어 보아라.“

<중머리>
부모 일찍 조사(早死)허고 일가친척 바이 없어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이성지합(二姓之合)의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조촐하야,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과 인의여 화목을 하고 가장공경 치산범절(治産凡節) 세상에 짝이 없이 종가대사, 탁신안정 일시 떠날 날이 바이없어 돌아 앉아도 화가나고, 철가는 줄 모를적에, 뚯밖에 급한 난리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천아성(天鵝聲) 띠띠 부는 소리 족불리지(足不履地) 나를 끌어내어 아니 갈수 없든구나. 군복입고 철립(戰笠)을 쓰고 창대 끌고 나올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드니마는 버선발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날 죽이고 가오.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는 못가리라. 이팔청춘 젋은 나를 나혼자만 여기다 두고 전장을 가라시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겠느냐 우리 마누라를 달래랄 제 허허 마누라 어허 우지 마오. 장부가 세상에 태어났다 전장 출입을 못하면은 장부절개가 아니된다 허오. 우리 마누라 우지마오. 달래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는구나. 잡았던 손길을 에 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살아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으로 수직(守直)을 허니, 함정에 든 범이 되고 그물에 걸린 내가 고기로구나. 고향을 바라보니 구름만 담담허고 아득정신 기가 맥혀 후유 한숨 길게 쉬며, 언제나 내가 고향을 돌아가서, 그립던 마누라 손목을 덥석 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내가 허드란 말이냐. 아이고 울음을 우니

<아니리>
또 한 군사 나 앉으며“니 설움은 그러하거니와 또 내 설움을 들어봐라.”

<창조>
내 설움은 만 군중에도 없고, 언문 찬 줄에도 없고 역대칠서에도 없구나.“<아니리>
뭇 군사 이말을 듣고 “니 설움 별나구나. 들어봐서 정녕 슬프다면 우리모두 울력으로 울어주마.”


<중머리>
“이내 설움 들어보오. 전장에 나올 적에 노란 주석 돈 한 푼을 선반 우에다 얹어 놓고 깜박잊고 나왔으나 밥을 먹어도 생각나고 잠을 자도 생각이로구나 밤낮 주야로 수심 걱정이 되니 아니 죽고 어이 살드란 말이냐.” 여러 군사 대소하고, “큰 돈 한 푼 줄 것이니 설워 말고 게 있다가 근근 도생 같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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