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8.5. 16 조선일보 문화면

관리자 0 1,148 2018.06.19 12:01
'쑥대머리' 부르던 열네 살 소년의 국악 인생 80년을 담다



판소리·창극·작곡 능했던 정철호, 후진들 '정철호 신민요 작곡집' 펴내


 
"인제사 깨달은 거야. 지금이라도 발자취를 빠짐없이 정리해 후세를 위한 연구 자료로 남겨야겠다는 걸."

판소리 고법(鼓法)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청강(靑江) 정철호(鄭哲鎬·91)는 '국악계 팔방미인'이다. 국창(國唱) 임방울(1905~1961)에게서 판소리 적벽가와 수궁가·춘향가를 배운 뒤 1964년 임방울류 판소리 적벽가를 완창 녹음한 소리꾼. 1948년 궁중음악에만 쓰이던 악기 아쟁을 일곱 줄에서 여덟 줄로 개조해 아쟁 산조를 짜서 최초로 발표회를 열었고, 역사 속 인물들의 뜨거웠던 삶을 판소리와 창극으로 꾸며 무대에 올렸다. 2008년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가장 빛나는 업적은 신민요와 창극, 국극, 신작 판소리, 아쟁산조 등 2만여 곡을 작곡한 것이다. "가세 가세 뽕 따러 가세"로 기억되는 신민요 '뽕 따러 가세'와 '금강산 타령' 등 국악계 최대 히트곡도 그가 빚어냈다. 반면 '동백타령'과 '뱃노래' 등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 작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아내이자 '정철호 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인 양타연(71)씨는 "남편은 지나간 작품엔 연연해하지 않았다"며 "선생님 곡을 다른 사람이 만든 걸로 훔쳐가버리면 억울하지 않느냐고 누가 물었더니 저 양반이 그래요. '그것도 하나의 재미 아닐까요? 내 곡이 좋으니까 자기가 작곡했다고 하는 것 아니겠소? 허허!'"

하지만 주옥같은 작품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후진들이 그의 국악 인생을 아우르는 책 '국가무형문화재 청강 정철호 국악세계 1: 정철호 신민요 작곡집'(도서출판 채륜)을 펴냈다. 집필은 권오성 한양대 국악과 명예교수와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이 맡았다. 정철호가 작곡한 신민요의 특징, 그의 국악 인생에 대한 평전과 작품 목록, 악보 등을 담았다. '신작 판소리 작곡집' '아쟁 산조 작곡집'도 다음 달 출간해 전집으로 완성한다.

정철호 명인은 임방울 선생의 수제자다. 부모를 여의고 전남 해남 고모 집에서 나무하고 불 지피며 집안일 도우던 열네 살 소년은 '임방울 극단이 목포에 내려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선생의 대표곡인 '쑥대머리'를 불렀다. "좋은 소리를 가졌구나!" 칭찬 한마디에 그는 임방울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다. 김재선 명인에게서 판소리 고법, 한갑득 명인에게서 거문고 산조도 익혔다. 여성국극단에도 들어가 조상선 명창으로부터 작창을 배웠다.

노재명(49) 관장은 "정철호 명인의 신민요는 철저히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정통 국악과 신작 국악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말의 맛이 살아 있으면서 남성적 기상이 두드러지고, 가사 굽이굽이가 곡조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평했다. "의연한 가락, 밝고 발랄한 선율, 씩씩하고 박진감 넘치는 곡조도 많이 활용했어요. 그 귀한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 선생의 창작혼을 길이 남기고 싶습니다."

2018/5/1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6/20180516001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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